무당 그들도 인간

조회 수 19994 추천 수 0 2010.06.28 22:17:45

 

무당 그들도 인간


신들린 사람들.
그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.

눈만 마주쳐도 내 인생사가 송두리째 들통 나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이다.


세 상사 답답할 때 가끔 무당을 찾았지만 여전히 그들과 친숙해질 수는 없었다. 

그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. 

신을 대신한 사람인데 감히 알아서 ‘눈 깔지 않으면’ 노여움을 사, 내 인생 더 꼬이게 하지 않을까란 우려 때문이다. 

비굴해 보이기는 싫어 티 안 나게 슬쩍 슬쩍 눈 마주쳤다가 자연스러움을 가장해 눈길을 피하면서도 

의중을 간파당하지 않을까 속이 편하지는 않았다.  

그 렇게 신들린 사람, 아니 신을 모신 사람은 내게 있어 일반인과 전혀 다른, 베일에 싸인 ‘범상한’ 사람이었다. 

생각하는 것도, 밥 먹는 것도, 잠자는 것도, 행동하는 것도 남다를 것이라 생각했다. 

이 세상 사람도, 저 세상 사람도 아닌 특별한 세상의 특별한 사람들이라 생각했다. 

귀신을 보고 귀신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아닌가.

그런 무지한 생각을 갖고 있던 내게 무당들의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. 

박수(남자 무당)들이 주관한 행사다.
전 통문화예술의 한 장르로서 신명나는 굿 공연이 줄줄이 이어졌다. 

신이 나니 잘 한다는 동료 무당 부추겨 즉석 공연도 펼쳐졌다. 

공연 한 쪽에서 연신 웃고 떠들고 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. 

돼지 편육이며 떡, 막걸리, 갖가지 먹을거리가 인심 좋게 제공됐다. 시골 마을의 정겨운 잔칫날 풍경이다.
나이 어린 무당은 어르신 무당을 찾아가 공손히 술을 따른다. 

대가의 기예를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은 열정은 간혹 시기와 질투로도 표출된다.

단 한 번의 어울림이었는데 무지에서 비롯된 두려움이 사라졌다. 

단 한 번 만이다.
똑 같은 인간이었기 때문이다. 

옆집에서 볼 수 있는 이웃, 삼촌, 이모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.

그들의 눈을 자연스럽게 마주볼 수 있게 된 데에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. 

알려고 하지 않고 막연한 선입견만으로 그들을 이상한 부류로 구분해 온 무지가 부끄러웠다. 


그들은 인간이다. 

다만 신의 목소리를 전해주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것뿐이다. 

(아무나 할 수 없는 재능이기에 여전히 신비로운 건 사실이다.)

무당을 만나면 절대 주눅 들지 말자. 

그들은 미신을 행하는 이상하고 무서운 사람이 아니다. 

우리의 전통 문화를 이어가고 있는 예능인인 동시에 불투명한 미래 운명의 상담자이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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